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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_애플 매장에 가면 왜 뭐든 만져보고 싶을까?

 


■ 애플 매장에 가면 왜 뭐든 만져보고 싶을까?

 -물건을 갖고 싶게 만드는 16cm의 비밀

 

좋은 물건은 자기를 애써 광고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사람들 눈에 들고
자연스럽게 사람들 손에 잡힌다.
물건과 사람이 서로를 만지고 소통할 수 있게 하려면
어디에, 얼마 정도의 간격을 두고 물건을 진열해야 할까

 

 

■ 인간의 신체의 한계를 이해하고 고객을 배려하라

 

 매장은 창고가 아니다. 그저 상품을 늘어놓는 것만으로는 절대 고객의 시선을 끌 수 없다. 고객의 편한 쇼핑을 위해서는 전시와 진열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한마디로 쉽게 보고 만지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일에 특별한 묘수가 있는 건 아니다. 우선 가장 기본은 상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추는 일이다. 상품이 지닌 기능이 무엇이며 고객에게 어떤 부분을 어필하고 싶은가에 따라 진열하는 장소, 방법,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간 신체의 한계를 이해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고객이 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려면 키, 팔 길이, 어깨 넓이, 손 크기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서구의 전통문화에서는 디자인의 원칙으로 비움을 내세우는 경우가 흔치 않다. 오히려 실리적 계산, 문자 그대로의 해석, 명백할 결과 등 구체적인 내용으로 디자인을 채우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애플은 제품 디자인에 비움의 철학을 적용했다. 단순함과 절제미를 극대화해 사용자들이 아예 디자인을 의식하지 못할 만큼 제품에 집중하게 만든다. 애플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 조너선 아이브는 "디자인이 사라져서 보이지 않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동양철학에 심취했던 스티브 잡스 역시 비움의 철학을 적극 지지했을 것이다.
 애플의 이런 철학은 제품 디자인뿐만 아니라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에도 적극 구현된다. 애플 매장에서는 제품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는 고객을 배려해 제품 옆을 충분히 비워두는데, 제품과 제품사이의 거리는 약 60cm다. 남자 평균 어깨 넓이가 45cm쯤 된다고 하니, 제품끼리 60m쯤 떨어져 있으면 옆에 사람이 있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스마트폰을 만져보고 테스트해볼 수 있다.
 제품을 진열대 모서리에서 16cm 떨어진 곳에 진열하는 것도 고객의 신체를 세심하게 배려한 결과다. 사람들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중지 끝부터 손바닥 끝까지의 길이가 16cm쯤 된다. 그러니 모서리에서 16cm쯤 떨어진 곳에 제품이 있으면 고객이 가장 편하게 제품을 만져볼 수 있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 애플 매장의 진열 원칙에 대단히 복잡한 원리가 숨어 있는 게 아니다. 그저 인간이 신체를 이해하고 그에 따라 고객을 배려한 것뿐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놀랍다.
 


제품마다 공간을 적절히 확보하는 일은 모든 매장이 굉장히 중요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특히 접는 방법에 따라 크기와 형태가 달라지는 넥타이 같은 제품은 더 꼼꼼하게 진열 공간을 쳌해야 한다. 넥타이의 길이는 돌돌 말면 10~15cm, 세 번 접으면 38cm, 한번 접으면 76cm가 된다. 보스처럼 고객에게 넥타이의 다양한 색상을 강조하길 원한다면, 최소한 76cm의 공간을 확보해 한 번만 접어 걸어두는 것이 좋다. 백화점에서는 보통 세 번 접어서 평대 위에 진열하고, 좁은 매장에서는 넥타이를 말아서 진열한다. 여기에서 말한 수치는 상품진열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이다. 그러니 고객이 상품을 편하게 접을 수 있게 하려면 추가적인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인간의 키와 손의 크기 등을 고려하면 적절한 공간 크기를 계산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