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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안_철학하는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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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안_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 트롤리 문제에 대해 아시나요?

 

 두 꼬마가 공을 쫓아서 자율주행 차량 앞으로 뛰어드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차량을 운전 중인 알고리즘은 번개처럼 빠른 계산으로 두 꼬마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반대 차선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그럴 경우 마주 오는 트럭과 충돌하는 경험을 불사해야 하는데, 그때 차량 주인이 전방 주시하지 않고 있을 경우 이 운전자가 사망할 확률은 70퍼센트라고 계산한다. 이런 상황을 트롤리 문제라고 한다.

 트롤리 문제라고 부르는 이유는 현대 철학의 논쟁에서는 자율주행차량이 아닌 트롤리 차량이 통제에서 벗어나 철도 선로를 따라 내려가는 상황을 교과서적인 사례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율주행 차량을 프로그래밍할 때 곤경에 처한 낯선 사람을 발견하면 멈춰서 돕도록 입력해두면,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그렇게 실행할 것이다. 단, 이렇게 하기 어려운 상황의 시나리오에 해당하는 예외 조항을 두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마찬가지로 당신의 자율주행 차량이 길 위의 두 아이를 구하기 위해 반대 차선으로 방향을 틀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다면, 말 그대로 당신의 목숨을 걸고라도 반드시 그렇게 실행에 옮길 것이다. 이 말은 도요타나 테슬라가 자율주행 차량을 설계할 때 도덕철학의 이론적인 문제를 현실적인 공학의 문제로 바꿔놓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철학적 알고리즘은 결코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실수는 일어날 것이고 부상과 사망, 극도로 복잡한 소송이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알고리즘이 인간 운전자로부터 역할을 넘겨받기 위해 반드시 완벽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인간보다 낫기만 하면 된다. 인간 운전자가 매년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철학자들이 행동의 옳은 경로를 두고 합의에 이르는 경우는 아주 드물 것이다. 트롤리 문제만 해도 아직까지 철학자들 모두가 만족할 정도로 해결되지는 않았다. 존 스튜어트 밀 같은 결과주의 사상가들은 임마누엘 칸트 같은 의무론자들과 다른 입장을 고수한다.

 

 

■ 테슬라가 차를 생산하기 위해 실제로 그런 얽히고설킨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취해야 할까?

 

 아마 테슬라는 그 문제를 시장에 맡겨두기만 해도 될 것이다. 그럴 경우 테슬라가 생산하는 자율주행 차량은 두 가지 모델이 될 것이다. 바로 테슬라 박애주의자와 테슬라 에고이스트다. 긴급상황에서 박애주의자는 더 큰 선을 위해 주인을 희생시키는 반면, 에고이스트는 주인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다. 심지어 두 아이의 사망을 초래할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그러면 고객은 그중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철학적 견해에 맞는 차량을 구입할 것이다. 테슬라 에고이스트를 사는 사람이 더 많다고 테슬라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고객은 언제나 옳을 테니까.

 이 것은 농담이 아니다. 2015년에 실시된 선구적인 설문조사에서 자율주행 차량이 여러 명의 보행자를 치려고 하는 가상의 시나리오가 제시된 적이 있었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그런 경우 주인이 숨지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보행자를 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더 큰 선을 위해 주인을 희생시키도록 프로그래밍된 차량을 구입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대부분이 아니라고 답했다. 자신이 사용할 차량으로는 테슬라 에고이스트를 택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런 상황을 한 번 상상해보자.

 당신은 새 차를 샀다.

 하지만 사용하기 전에 설정 메뉴를 열어서 몇 가지 항목에 표시를 해야 한다. 사고가 났을 때 당신은 차가 당신의 생명을 희생시키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다른 차량에 탄 가족을 숨지게 하기를 바라는가? 이런 선택을 당신이 하고 싶은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